스페이스워크는 건축을 근간을 두고, 인공지능, 데이터 등 기술의 힘으로 건축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프롭테크 기업입니다. 스페이스워크에서 새로운 관점과 방식으로 새로운 시대의 건축가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조성현 CEO는 건축학과 동기들과 ‘경계없는작업실’을 세워 기술과 건축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들을 진행했고 이어 스페이스워크를 창업했습니다.
서종관 건축 알고리즘 디자이너는 미국에서 예술과 건축을 공부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아이아크건축사사무소, 매스스터디스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2017년부터 스페이스워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김준홍 랜드북 플랫폼 기획 건축가는 황두진건축사사무소, 율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가 경력을 쌓고 2019년 스페이스워크에 합류했습니다. 준홍님은 공간과 장소를 소재로 작업하는 설치미술 작가 서도호의 작업실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스페이스워크의 건축가 3인. 왼쪽부터 서종관 건축 알고리즘 디자이너, 김준홍 랜드북 플랫폼 기획 건축가, 조성현 CEO.
건축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굼합니다.
성현님 대학생활 초반에 컴퓨터공학과 건축학 사이에서 어떤 걸 전공할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제가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구체적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건축을 택하게 됐습니다.
종관님 미술대학에서 그림, 공간, 영화 등 다양한 작업 과정을 경험했고, 이 중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장 흥미를 느껴 대학원에서 건축을 공부했습니다.
준홍님 줄곧 혼자 생각하는 걸 좋아했어요. 내 생각이 현실로 구현되고, 나아가 이 구현물을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축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건축을 공부하면서, 건축의 어떤 영역에 가장 흥미를 느끼셨나요?
성현님 건축설계의 시작 단계 작업을 좋아하고 또 잘했어요. 이 땅에는 어떤 건축이 가능하고 적절한지 기획하는 일이 기획한 것을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었어요. 실무를 하면서 제가 프로젝트 기획에 강점이 있다는 걸 더 잘 알게 됐고요.
준홍님 건축을 공부할 때는 저도 성현님과 비슷하게 주어진 땅에 어떤 건물이 필요하고 또 어떤 사람들이 이 건물을 사용할지 기획하는 일이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기획한 대로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방법론을 찾는 것도 좋아했죠. 그래서 졸업작품도 건축 디자인 방법론을 체계화하는 걸 주제로 다뤘어요. 실무를 하면서도 기획한 디자인과 이 디자인이 현실 세계에 구축되도록 하는 방법론을 연결하는 데 가장 흥미를 느꼈던 것 같네요.
종관님 저는 무엇을 만들어낼 때 결과물 보다는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을 더 중시해요. 그래서 학교에서 그림을 그릴 때나 건축 설계를 할 때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결과를 도출해내는 과정과 그 과정을 구성하는 논리(logic)가 완벽하면 무결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과정과 논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건축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건축을 공부하기 위해 프린스턴대를 택한 것도 이 학교가 결과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도출되는지를 연구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에 강하기 때문이었죠.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프롭테크 기업에서 일하고 계신데요(웃음), 별 다른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종관님 미대에 다닐 때부터 컴퓨터를 창작 도구로 활용해왔어요. 아무래도 과정을 디자인하는 데 관심이 많다 보니 컴퓨터를 다양한 도구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준홍님 사실 IT는 제게 그리 친숙한 분야는 아닌데요(웃음), 제 역할이 기술을 직접 다루는 게 아니라 기술과 건축을 매개하는 것이라서 다행히 큰 무리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종관님은 앞서 진행했던 머신러닝&알고리즘팀 인터뷰(링크)에서 “컴퓨터로 건축 설계를 하는 방법을 기획하고, 건축 엔진 모델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정의”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죠.
종관님 좋아하는 건축가 세드릭 프라이스(Cedric Price)가 이런 말을 했어요. “기술이 정답이다, 그런데 질문이 뭐였던가?(technology is the answer, but what was the question?)”. 저는 스페이스워크에서 이 ‘질문’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기술로 풀고자하는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기만 한다면 간단한 인공지능 기술로도 복잡해 보이는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다고 봅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스페이스워크에서 일하는 건축가들은 기존 건축사사무소에서 요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성현님 스페이스워크에서 건축 전공자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종합적으로 설명하면, 클라이언트 한 명을 위한 건물 한 채를 짓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클라이언트를 위한 건물 수십 만 채를 짓는 일을 한다고 볼 수 있어요. 건축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다수의 클라이언트도 건축을 할 수 있도록 건축 설계 과정을 체계화·자동화하는 것이죠.
종관님 일반적으로 건축가가 건축을 '프로젝트'로 다룬다면, 우리는 건축을 '프로덕트'로 접근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현님 적절한 표현입니다. 스페이스워크는 ‘다수를 위한 제품’으로서의 건축을 다루고 있어요. 그리고 이를 위해 머신러닝·알고리즘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한다는 점도 건축가로서는 새로운 경험이죠. 건축사사무소에서는 대체로 건축 종사자들과 주로 일하니까요.
한편으로는 건축이 아닌 다른 분야 전문가들과 일하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요.
준홍님 건축 용어나 개념을 서로 다르게 이해할 때가 종종 있어요. 체계적으로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엔지니어는 다르게 받아들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 정확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늘 고민합니다.
종관님 건축가에겐 당연히 ‘나쁜’ 건축인 것을 엔지니어는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를테면 용적률이 가장 높은 건축 설계를 목표로 삼을 때, 엔지니어는 사람이 살기 힘든 형태의 건물을 도출할 수 있어요. 건축 법규에 어긋나고, 방이 너무 좁아도 어쨌든 ‘용적률 최고’라는 목표는 달성한 것이니까요.
준홍님 예컨대 폭 40미터에 너비 1미터인 방은 누가 봐도 실제로 쓸 수 없는 공간이라, 이런 극단적인 사례는 엔지니어도 나쁜 건축이라고 판단할 수 있어요. 문제는 좋은 건축인지 나쁜 건축인지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들이에요. 이럴 때 건축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적절한 판단을 내려주는 건축 전문가의 역할이 필요하죠.
종관님 저는 돌아다니면서 알고리즘이 도출할 법한 건물들을 사진으로 수집하고 있어요. 그래서 엔지니어에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 이 사진들을 보여주면 소통이 훨씬 쉬워져요.
성현님 엔지니어와 건축가가 함께 일하며 더 잘 소통하고 협력하는 법을 터득해가고 있어요. 이제는 어떤 지점에서 문제가 생길지 어느 정도 내다볼 수도 있게 된 것 같고요.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협업하는 조직에겐 큰 자산이죠.
그렇다면 세 분은 건축가로서 스페이스워크에서 일하며 개인적으로 어떤 자산을 쌓아가고 계신가요?
종관님 저는 – 점점 더 ‘로직(logic)’해지고 있어요. 약간 기계가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한데(웃음)… 줄곧 논리적인 디자인 방법론을 지향해왔기 때문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준홍님 건축 관련 법규와 같은 행정적인 요소와 실제 건물이 지어질 때 우려되는 상황들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어요. 또 프로젝트 단위로 개별 건축 사례들을 탐구했던 때와 달리, 지금은 어떤 필지를 보면 이곳에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건축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어요.
종관님 저도 비슷한데요, 예전엔 건축을 개별 디자인으로 봤다면 지금은 하나의 ‘유형’으로 봐요. 건축의 유형을 읽게 되면 여기서 파생 가능한 수많은 사례를 이해할 수 있죠.
성현님 저는 스페이스워크에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건축을 전혀 새로운 팀과 함께 만들어가며 건축가로서 성장하고 있다고 느껴요.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건축 문제를 풀면서 건축을 보는 관점과 건축에 접근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고요.
앞서 스페이스워크는 ‘프로젝트’가 아닌 ‘프로덕트’로서의 건축을 지향한다고 말했는데요, 이런 면에서 우리는 건축을 넘어 건축 ‘산업’의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건축가로서는 더 큰 문제에 도전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어떤 건축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스페이스워크를 권하고 싶으신가요?
준홍님 성현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다수가 접근 가능한 건축, 더 많은 사람을 위한 건축을 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건축을 기획하고 체계화하는 데 흥미를 느끼는 사람.
종관님 건축과 더불어 기술을 좋아하고, 디자인을 ‘느낌’이 아닌 논리와 체계로 풀고 싶은 사람.
성현님 새로운 방식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다수를 위한 건축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
좀 더 구체적으로, 준홍님과 종관님이 맡고 계신 포지션을 예로 들어서 답해볼게요. 우선 기술을 잘 다루진 못해도 건축을 ‘프로덕트’ 관점에서 조명하며 건축설계를 체계화하는 데 흥미가 있다면 랜드북 플랫폼 기획 건축가(준홍) 포지션을 권합니다. 이 포지션은 건축 설계 실무 경험이 있어야 해요.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일에 흥미가 있다면 더욱 좋고요.
기술을 다루는 데 흥미가 있고,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방식으로 건축을 하고 싶다면 건축 알고리즘 디자이너(종관) 포지션을 권합니다. 이 포지션은 건축 설계 실무 경험이 꼭 필요하진 않지만, 프로그래밍과 엔지니어링 역량과 건축설계 과정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역량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두 포지션 모두 건축 아닌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과 의견을 조율하며 협력하는 태도가 무척 중요할 것 같네요.
2021.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