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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필 C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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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이를 필요로 하는 이용자가 만나게 되는 지점, 바로 '제품(product)'입니다. 제품이 사용하기 어렵거나 기술을 효과적으로 구현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겠죠. 많은 IT 기업들이 최고기술책임자(CTO, Chief Technology Officer)와 별개로 최고제품책임자(CPO, Chief Product Officer)를 두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최재필(Jeff) CPO는 소프트웨어 개발, 빅데이터,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서 리드 개발자, CTO, CPO로 일하며 개발자와 관리자로서의 경험을 쌓고 지난해 10월 스페이스워크에 합류했습니다. 제품팀 인터뷰에서 팀원들은 "Jeff가 CPO로 합류하면서부터 그동안 제대로 실행되지 않던 업무 방식이나 조직 문화가 잘 작동되기 시작했다"며 팀 리더에 대한 신뢰를 내비쳤는데요(핫), 최재필 CPO가 생각하는 CPO란 어떤 역할/사람인지,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제품팀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재필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예전 다른 매체에서 Jeff을 인터뷰한 기사들을 찾아 읽어보았는데, 한 기사에선 재필님을 '마성의 리드 개발자'로 소개했더군요!(웃음) 마성의 리드 개발자에서 CTO, CEO를 두루 거쳐 현재 스페이스워크의 CPO로 계신데요, 이 여정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재필님 말씀하신 대로, 개발자로 출발해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조직에서 리드 개발자로 일했습니다. 개발자로 경력을 쌓아가면서, 내가 개발하는 제품의 시장 성공에 관해서는 결정권이 없다는 데서 한계를 느끼게 됐어요. 제품의 시장 성공에 관해서는 사업부나 마케팅부, 대표이사 등이 결정을 내리니까요. 개발자는 이들의 결정이 옳을 것이라고 믿고, 이 결정에 따라 충실하게 개발을 하죠. 그런데 열심히 개발해서 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회사의 결정이 과연 최선인지 의문을 품게 됐어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제품을 시장에서 성공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죠. 시장과 고객이 반응하지 않는, '공해' 같은 제품을 만들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렇게 자연스레 제품 운영·관리 분야로 커리어를 넓히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제품을 시장에서 성공시킬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셨는지요.

재필님 고객의 진짜 목소리를 듣는 거죠. 많은 기업이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고,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고객 인터뷰를 비롯해 다양한 방법론을 활용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 관점의 해석이나 특정 프레임이 개입되곤 해요. 마케팅이나 UX처럼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도메인 전문가도 이런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요.
결국 실제 고객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를 토대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고객의 행동을 관찰해서 제품을 고객 중심으로 개선하는 마케팅 기법을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이라고 하는데, 마케터를 따로 고용할 여력이 없는 실리콘밸리의 작은 스타트업들에서 개발자들이 직접 제품 사용자의 행동을 트래킹하기 시작하면서 확산된 방법론이에요. 고객이 제품을 이용하면서 '구매하기' 또는 '가입하기' 버튼을 누르기까지의 여정을 트래킹하고, 고객이 버튼을 더 쉽게 누를 수 있도록 버튼 크기를 조정하거나, 고객 이탈이 잦은 지점을 파악해 버그를 잡거나 버튼 위치를 바꾸거나 스크롤 길이를 줄이는 식으로 제품의 유효 가치를 높이는 거죠.
제품팀에선 우리가 기획한 제품의 방향이 실제로 시장에서 작동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디자인 스프린트(design sprint) 방법론을 활용하기도 해요. 디자인 스프린트는 5일 동안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아이디어를 모아 정리하고, 솔루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고객의 피드백을 거쳐 솔루션 아이디어를 개선하는 과정이에요. 여기에는 회사 내 다양한 도메인 전문가들이 참여해 아이디어가 수렴되고 발전하는 과정을 함께 경험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회의보다 훨씬 더 시장에 유효한 결정을 내릴 수 있죠. 실제로 스페이스워크에서도 지난 봄 '랜드북'에 '매물 찾기' 서비스를 추가하며 디자인 스프린트를 실행했는데, 덕분에 고객이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 부분을 개선해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었죠.

마침 랜드북을 언급하셨는데요, 랜드북은 스페이스워크의 대표 제품으로 소형 부동산 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넘어 실제 개발·투자 사업에 필요한 자원들을 이어주는 플랫폼으로 기능을 확장하고 있죠. 요즘 제품팀에선 한창 랜드북 리뉴얼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요. 랜드북은 어떤 제품인지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재필님 제품은 계속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기능이나 속성보다는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비전을 더 중시하는 편이에요. 랜드북의 비전은 더 많은 사람이 토지라는 한정된 자원을 더 유용하게, 최적화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토지의 이용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특히 랜드북은 부동산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소규모 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부동산 전문가들 입장에선 소규모 토지 개발은 투자하는 노력에 비해 돌아오는 이윤이 적으니 굳이 나설 이유가 없죠. 랜드북은 이처럼 부동산 시장에서 소외된 소규모 토지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나아가 최적의 개발 시나리오로 그 이용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제품팀은 비슷한 직군으로 꾸려진 다른 팀들과 달리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 등 다양한 직군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제품팀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재필님 제품팀은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사람들로 꾸려진 조직이에요. 말씀하신 대로 UX기획·디자이너, 프론트엔드·백엔드 개발자 그리고 PO(Product Owner)가 참여한 스쿼드(squad, 특정 업무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 단위)를 구성해 스크럼(scrum, 럭비의 한 대형을 가리키는 용어로,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애자일(agile) 개발 방법론의 하나를 뜻한다) 방식으로 함께 일하고 있죠. 다른 팀들이 특정 기능을 위해 만들어졌다면 제품팀은 특정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기능을 가로지르는(cross-functional) 팀이에요.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이 오직 제품의 성공이란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팀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혹은 회사 안에 작은 스타트업이 하나 더 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제품팀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이 'PO'예요. PO는 단어 그대로 '프로덕트 오너', 즉 '제품 주인'의 관점과 태도로 제품에 관한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입니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전통적으로 대기업에서는 PO를 두지 않습니다. 대기업에선 주로 '워터폴(waterfall)' 방식으로, 이를테면 제품 기획부서, UX부서, 개발부서 등 기능별 전문 부서가 담당 업무를 단계별로 제품을 만들죠. 워터폴 방식의 장점은 각 전문가 집단이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제품이 시장에서 실패했을 때 책임을 질 '주인'은 없습니다. 각자 자기가 전문인 분야의 작업에만 집중하기 때문이죠. 이런 방식은 빠르게 실행하고 실패를 거치며 제품을 검증해야 하는 스타트업에겐 효과적이지지 않습니다. PO는 제품이 과도하게 무거워지지 않게, 작업 기간이 늘어지지 않게, 기능이 복잡해지지 않게 관리하며 시장에서 유효한 방향으로 성장하는 데 집중합니다. 스페이스워크를 비롯해 많은 스타트업이 PO를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PO가 제품에 관한 의사 결정권과 책임을 갖고 있다면, CPO의 핵심 역할은 무엇인가요?

재필님 CPO는 한 회사의 제품군 전체를 총괄하는 책임자로, 제품의 핵심 가치와 제품의 성공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제품 라인업, 향후 마일스톤 등을 결정합니다. 저는 제 생각도 일종의 뇌피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별로 믿지 않는 편이라서 의사결정에 'ICE scoring' 모델을 활용하고 있어요. ICE는 Impact(영향력), Confidence(확신), Ease(수월함)의 약자로, 이 세 가지를 우선순위로 삼는 의사 결정 방법론입니다. A안을 실행할 때 B라는 결과가 나온다는 가설을 세웠다면, 이 가설이 실현됐을 때 영향력(Impact)은 어떠한지, 실현 가능성을 얼마나 확신(Confidence)하는지, 가설을 얼마나 수월(Ease)하게 실현할 수 있는지(어느 정도의 자원이 드는지) 따져보는 거죠.
CPO의 의사결정 권한이 막중한 만큼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지하며 늘 객관적인 근거, 타당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설득력 있는 판단을 내리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제품에 관해서라면 대표의 판단도 의심해야 한다고 봅니다. 오직 고객만 생각해야 하죠. 만약 자기가 속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가장 많이 갖춘 기업이 성공한다면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수월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고객에게 집중하는 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이런 관점을 계속 유지하면서 팀원들이 제품과 고객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제품과 고객에게만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들을 없애는 것 또한 CPO로서의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페이스워크 제품팀이 공유하는 노션 페이지엔 '스페이스워크 제품 개발팀은 어떻게 일할까?' 란 제목의 문서가 있어요. 이 문서에 나열된 주요 내용을 보면 ▲신뢰 기반 자율 × 프로세스 표준화 기반 효율 ▲책임은 나눌수록 Better ▲코드는 적을수록 Better ▲근태/휴가에 대해서는 눈치 보지 말자 등 무엇보다 팀원의 '자율'과 업무의 '효율'을 중시하는 문화가 감지됩니다(웃음).

재필님 일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이 발생하는 지점은 결국 '사람'이라고 봐요. 힘을 합쳐 뜻을 모아야 할 팀원들이 서로 충돌할 때, 불필요한 감정싸움이 일어나고, 그 싸움이 해결되지 않을 때 팀 리더로서 가장 힘들죠. 우리는 스타트업이라는 아주 작은 배를 함께 타고 있는 사람들이라서, 배가 좌초되지 않고 목적지에 무사히 닿으려면 서로 믿어야 해요. 그래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의 '효율'을 높인다는 건 달리 말해 의사 결정의 단계를 줄이는 거예요.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권한 위임이 필요한데, 이때도 구성원 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죠. 스타트업은 필연적으로 기술이든 재무든 리스크를 안고서 항해하는 조직이에요. 파도를 만나면 같이 쓰러질 각오를 하고서요. 그렇기 때문에 팀원끼리 서로 신뢰하면서, 이 신뢰를 바탕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봅니다.
장기적으로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려면 구성원 개개인이 일정 규범을 토대로 자율적으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율'은 '자유'와는 다릅니다. '자율'을 위해선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고 실행할 수 있는 규범을 수립하는 것 또한 중요하죠. 이런 규범을 만들고,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와 문화를 만들고 개선해나가는 게 리더의 역할이 아닐까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스페이스워크 제품팀에 새로운 구성원에게 기대하는 태도 혹은 역량이 있다면요?

재필님 글쎄요, 결국 함께 일하며 합을 맞춰봐야 알게 되는 거라서 뭐라 답하기가 어려운데... 앞서 이야기했듯 서로 '신뢰'할 수 있느냐가 우선 중요할 것 같네요.
좀 더 덧붙이자면, 회사는 기본적으로 제품의 '성공'을 향해 달리는 조직이지, 개인의 '성장'을 위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성장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회사는 아마추어 동호회가 아니라는 것, 프로들이 모인 전문 조직이란 걸 인식했으면 해요. 그리고 '프로의 성장'이란 무엇인지 고민했으면 하고요. 프로가 성장하려면 계속 트레이닝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전에 투입돼 경기를 뛰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프로로서 성장하고 싶다면 새로운 것에 꾸준히 도전하며 경험의 폭을 넓혀가야 하겠죠. 그런 면에서 스페이스워크는 프로로서 성장할 기회가 많은 곳이에요. 이런 기회에 도전하면서, 주도적으로 경험을 쌓고 성과를 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스페이스워크에서 프로다운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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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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