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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Tech 스쿼드

스페이스워크는 ‘기술의 힘으로 한정된 자원인 토지의 가치를 최대화한다’는 미션 아래, 도시의 소규모 토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총면적의 약 20%(20,000㎢)에 달하는 농경지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농업의 미래는 기후위기, 환경오염, 농촌 인구 감소 등 여러 문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스페이스워크의 AgTech 스쿼드는 심층강화학습 기술을 활용해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먹거리를 키워내는 농작물 재배 자동화 알고리즘을 개발 중입니다. 2021년 5월부터는 별도로 마련한 테스트 랩에서 소형 재배 시스템을 가동하며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농경지의 가치를 최대화하기 위해 도전을 거듭하는 AgTech 스쿼드의 이경엽 CTO, 최하영·고경렬 머신러닝 엔지니어를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왼쪽부터) )AgTech 스쿼드의 이경엽 CTO, 최하영·고경렬 머신러닝 엔지니어.

우선 하영님과 경렬님께 질문할게요. 두 분 모두 대학원 졸업 후 바로 스페이스워크에 합류하셨는데요, 대학원에서 어떤 연구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하영님 줄곧 생물학을 좋아했고, 특히 식물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학부에서 원예생명공학을 공부한 다음, 대학원에 진학해 시설원예·식물공장학 실험실에서 시설 원예, 스마트팜 관련 연구를 주로 진행했습니다. 식물 재배는 동일한 결과를 재생산하거나 재배 환경을 빠르게 수정하기 어렵지만, 컴퓨터 코드는 매번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그때그때 수정할 수 있어서 원예와 컴퓨터 기술을 접목한 분야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또 스페이스워크가 인공지능을 건축 설계에 접목해 건축 전문 인력을 뛰어넘는 효율성을 낸 것처럼, 농업 분야에도 인공지능을 접목해 전문가를 능가하는 생산량을 달성할 수 있을지 궁금했어요.  '과연 현재 농업 전문가들의 방식이 최선일까?'라는 질문과, '인공지능이 농업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을 뛰어넘는 재배 전략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있었는데, 이 궁금증을 산업 현장에서 풀어보고 싶었어요.
경렬님 저는 학부에선 산업·시스템공학을 전공했고, 인공지능 전문 대학원에 진학해 주로 메타러닝 분야를 공부했어요. 메타러닝은 하나의 딥러닝 모델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인공지능이 스스로 그 성능을 향상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또 인공지능이 도출하는 결과값의 불확실성-신뢰 가능성을 측정하는 베이지안(Bayesian) 방법론을 연구했어요. 딥러닝 모델은 입력 데이터와 출력 데이터 사이의 관계를 추론하는 데 뛰어나지만, 해석하기 어려운 복잡한 모델이기 때문에 의료나 자율주행 같은 구체적 산업 분야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거든요. 그래서 딥러닝 모델의 출력값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엔 경엽님께 여쭤봅니다. 프롭테크 분야에 주력하던 스페이스워크가 돌연(?) 애그테크(AgTech, Agriculture + Technology) 분야에도 도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일규님 페이스워크의 인공지능 기술력을 농업 분야에 접목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지만, 건축·부동산 도메인에 집중하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영토에서 산지를 제외하면 60%에 달하는 농경지의 효율을 높이는 것 또한 우리의 미션과 맞닿아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해서 저와 스페이스워크 머신러닝 엔지니어 분들이 국내 스마트팜 전문가들로 꾸려진 한국 대표 '디지로그'팀에 합류해, 2019년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에서 열린 '제2회 세계인공지능농업대회(AGIC)'에 참가했습니다. 대회를 진행하면서 하영님을 만나게 됐고요.
AGIC에서는 유리온실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방울토마토의 품질과 수확량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시장 수익을 내는 팀이 우승하는 방식이었는데, 디지로그팀은 예선에서 2위, 본선에서 3위의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며 가능성을 발견했지만, 농업 기업이 아닌 스페이스워크가 계속 AgTech 분야에서 도전을 이어가도 될지 고민이 많았어요. 결국 심층강화학습이라는 스페이스워크의 핵심 기술과 AgTech가 결합했을 때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농업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하영님을 영입해 AgTech 스쿼드를 꾸리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세계 무대에서 AgTech 분야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한 셈이네요(웃음). 그럼 하영님과 경렬님은 어떤 것을 기대하며 스페이스워크 AgTech 스쿼드에 합류하셨나요?

하영님 저는 당시 대학원 실험실에서 함께 연구하던 팀원들과 제1회 AGIC에 이어 제2회 AGIC에도 참여했고, 2회차 때 디지로그팀에서 스페이스워크 사람들을 만나게 됐어요. 함께 대회를 준비하면서 스페이스워크의 심층강화학습 기술을 보고 흥미를 느꼈습니다. 대회를 치르고 나서도 계속 경엽님과 연락을 이어가다가, 대학원을 졸업하고서 스페이스워크에 AgTech 머신러닝 엔지니어로 입사했습니다.
경렬 저도 하영님처럼 스페이스워크의 심층강화학습 기술에 흥미를 느껴 입사를 고려하게 됐어요. 채용 인터뷰 때 경엽님께서 AgTech 스쿼드를 소개해주셨는데, 여러 작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배하는 작업이란 점에서 폭넓은 분야에 딥러닝 모델을 적용하는 평소 관심사와도 연결됐고, 심층강화학습이라는 회사의 핵심 기술을 새롭게 다뤄볼 수 있을 것 같았죠.

현재 스페이스워크 AgTech 스쿼드에서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신가요?

경엽님 국내외 AgTech 기업들은 주로 작물의 유통과 판매 분야에 주목하고 있어요. 예컨대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샐러드를 판매해 수익을 내는 식이죠. 스페이스워크 AgTech는 샐러드 같은 식품을 판매해 주요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핵심 기술을 자산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제가 종종 "농업계의 '우버(Uber)'가 되자"고 이야기하곤 해요.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도 누구나 원하는 곳으로 편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공유 모빌리티 시스템을 만든 우버처럼, 새로운 농업 하드웨어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스마트팜 시스템이 생산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자동 재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죠.
이런 비전 아래, 2021년 5월부터 따로 테스트랩을 만들어 소형 작물 자동 재배기 12대를 가동하고 있어요. 앞으로 소형 작물 재배기처럼 통제된 환경이 아닌, 더 보편적인 농업 환경에서도 최적의 결과를 달성하는 자동 재배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회사에 관해서는 – 입사 초기와 비교한다면 여러 가지로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되었죠. 업무 프로세스도 훨씬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고요.

테스트랩에서 알고리즘으로 재배한 상추를 스페이스워크 팀원들에게 나눠주고 계시죠(웃음). 알고리즘 개발하랴, 상추 수확하랴(?) 정신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일하고 계시는지 좀 더 이야기해주세요.

경엽님 큰 흐름을 보자면, 먼저 스쿼드가 나아갈 방향과 마일스톤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수행해야 할 크고 작은 태스크들을 나열합니다. 태스크들은 난이도나 팀원들의 전문성 등을 고려해서 우선순위를 정해요. 이렇게 큰 업무 흐름이 잡히면 분기마다 OKR을 수립해 이를 토대로 각자 맡은 일을 수행하고요. 그리고 중간중간 시도한 것들의 결과를 문서 기반으로 리뷰하며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습니다.
하영님 현재 테스트랩에서 실험 중인 상추의 재배 작기가 평균 4주, 다음 재배를 준비하는 기간이 2주가량 되는데, 재배 작기와 준비 기간인 6주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엔지니어들과 비슷한 일과예요. 다만 살아있는 식물을 다루기 때문에 재배 작기에 맞춰 일정을 짜야 해서 새로 모종을 재배기에 심는 시기에 업무가 약간 몰리는 경향이 있어요. 데드라인이 6주마다 돌아오는 느낌이랄까요.
경렬님이 합류하기 전에는 제가 스쿼드 내 업무 전반을 두루 담당했어요. 지금은 경렬님이 알고리즘 개발 관련 업무 대부분을 맡고, 저는 알고리즘 관련 일부 작업과 그외 여러 작업을 맡고 있고요. 조만간 테스트랩 운영·관리에 주력할 AgTech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합류하게 되면, 제 전문 분야인 원예 관련 지식을 활용하는 작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를테면 테스트랩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EDA(Exploratory Data Analysis)를 진행해서 우리가 실험으로 얻는 결과로부터 의미를 찾아내는 작업을 할 수 있겠죠.
경렬님 하영님 말씀대로 저는 알고리즘 관련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데,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어요. 첫째는 딥러닝 모델에게 알고리즘을 학습시키는 업무예요. 딥러닝 모델을 학습시키려면 많은 양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농업 분야에서는 작물 재배 주기가 길기 때문에 그만큼 충분한 데이터를 얻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죠. 이렇게 적은 데이터 환경에서도 딥러닝 모델이 성급하게 일반화하지 않고 균형 잡힌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최신 방법론 기반으로 여러 가지 실험을 수행하고 있어요.
둘째는 모델이 알고리즘 학습을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얼마나 잘하고 있고 얼마나 못하고 있는지 수치화해서 모델에게 알려주는 작업이에요. 모델에게 잘한 것과 못한 것을 명확하게 알려줘야 모델이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거든요.
셋째는 여태까지의 과정과 결과가 알고리즘에 잘 반영되도록 하는 작업이에요. 매 순간 식물에 처방된 변화값이 축적되어 하나의 결과로 귀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생장의 모든 과정에 대한 고려가 알고리즘에 반영되어야 좋은 모델을 만들 수 있어요.

스페이스워크에서 일하며 배운 것, 혹은 깨달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경렬님 AI 엔지니어로서의 커리어를 스페이스워크 AgTech 스쿼드에서 시작했는데요, 회사를 선택할 때 사람마다 중시하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일의 비전'이 제게는 굉장히 중요한 기준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앞으로 계속 가야 할 길인데, 중간에 일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지면 어쩌나 걱정도 됐거든요. 그런데 내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고, 나아가 많은 사람에게 유익한 일이라면 끝까지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하영님 경렬님이 오기 전 1년 넘게 거의 혼자 일하다시피 했는데, 덕분에 한 팀이 어떤 일을 어떤 프로세스로 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혼자 일하면서도 많이 성장했지만, 긴밀하게 소통하며 협업하는 동료가 생긴 후로 좀 더 체계적으로 일하게 된 것 같아요. 업무 계획을 세울 때도 "이렇게 해볼까" 하는 게 아니라 업무 우선순위를 정해서 역할을 나누고 얼마 동안 어떤 결과를 낼지 더 세밀하게 생각하고, 코드를 짤 때나 업무 문서를 만들 때도 다른 사람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더 명료하게 정리하게 되거든요. 이렇게 협업하는 법에 관해 많이 배우고 있어요. 그리고 알고리즘 분야 전문가인 경렬님과 함께 일하면서 저도 알고리즘 관련 지식을 더 많이 접하게 됐고요.
경렬님 네, 저도 상추 재배하는 법을 배웠습니다(웃음). 그리고 하영님 말씀처럼, 다른 사람과의 협업이 필요한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소통 역량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어요. 코드를 짜더라도 다른 사람이 보기 좋고, 나중에 수정하기도 좋고, 추가하기도 좋은 코드를 짜는 게 중요하겠더라고요.
또 계획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그럼에도 업무를 시작할 땐 계획을 철저하게 짜는 게 좋다는 것도 배웠어요. 업무 계획을 세우면서 우리가 증명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어떤 결과를 만들고 싶은지, 그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분석할 것인지 미리 가늠하기 때문에 업무 방향을 체계적으로 설정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어떤 동료와 AgTech 스쿼드를 만들어가고 싶으신가요?

하영님 AgTech 스쿼드 좌우명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by)"예요. 힘든 일도, 빛나는 일도 결국 지나갈 것이니, 낙담하거나 자만하지 않고 우리의 비전을 믿으며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자는 뜻이죠. 이런 마음가짐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학습 능력이 뛰어나서 깊이는 조금 얕더라도 여러 분야를 넓게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잘 맞을 것 같아요. AgTech 스쿼드는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가야 할 길을 개척해야 하는 챕터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야 하거든요.
경렬님 맞아요. 경엽님께서 "우리는 넓고 다양하게 시도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곤 하죠. 성공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를 겪을 텐데, 그 실패들이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서 차근차근 건설적으로 일하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본인이 입증하고 싶은 가설이 있다면 그것의 의미를 팀원들에게 잘 설득하는 역량도 필요하겠고요.
경엽님 스페이스워크는 기본적으로 명료하고 투명하게 소통하는 사람을 선호합니다. '투명성'을 회사의 핵심 가치 중 하나로 추구하고 있죠. 그래서 채용 인터뷰나 포트폴리오 심사에서도 투명한 소통 능력을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AgTech 스쿼드에서 요구하는 업무 역량을 높은 수준으로 갖추고 있는가도 물론 필수 요건입니다. 다만 우리가 추구하는 모든 역량을 완전히 충족하는 인재가 많지 않을 거라서,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술적인 역량에서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조건과 조금 맞지 않더라도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함께 일하며 합을 맞춰가고 싶어요.
2022.01.13